"죽어! 죽어!"
땅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하이힐 굽으로 찍으며 외쳤다.
남자는 이미 기절했지만 굽에 찍힐 때 마다 꿈틀거리며
'컥, 컥' 하는 신음 소리를 내었다.
"죽어! 죽어! 죽어!"
힘들 법도 한데 쉴새 없이, 고집스럽게 하이힐 굽으로만 찍어대는
그녀의 모습은 헝클어진 짧은 머리 때문인지 무섭다기보단
약간 우스꽝 스러웠다.
"이제 그만 해. 니가 원한 복수는 거기까지가 아니었잖아."
주변을 둘러싼 수백명의 관객들을 막고있던 남자들 중 한명이
그녀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이 녀석은 아직 내 고통을 몰라.
이 녀석의 아픔은 내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남자를 계속 밟아댔다.
"그만 둬, 이 미친년아!"
"그래! 여기서 꺼져버려!"
"저 남자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거냐!"
그녀의 편이었던 관중들도 그녀를 욕하기 시작했다.
제지하던 남자는 인상을 쓰고는 그녀를 끌어냈다.
그녀는 반항했지만 남자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끌려나가게 되었다.
"어서 꺼져버려!"
"다신 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마!"
관중들의 야유를 들으며 남자가 말했다.
"이것 봐. 너의 복수는 실패했잖아."
"그래, 분이 풀리지도 않았는데 날 끌고가는 네놈 때문에 말이지."
야유하는 관중들 속을 벗어나며 그녀는 길고 흰, 주먹진 팔을 치켜 들고,
관중들을 향해 가운뎃 손가락을 올려보였다.
'플라이, 대디, 플라이' 를 읽었습니다.
몇년전엔가 영화로도 만들어졌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소설로 읽으니 나름 재미있군요.
'GO' 같은 경우엔 고등학생 시절에 영화로 보았습니다만,
이것도 이미 한국에 출판이 되었지요.
재일 한국인이었던 사람들의 소설은 강렬하게 반항적이고도 정의롭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사실 그들에 대한 일본인들의 태도는 전혀 정의롭거나 이상적이지 않으니 말이죠.